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드리며..(오늘의 時)

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드리며..(오늘의 時)

방윤석 3 4,189
작은 발을 쥐고 발톱 깎아드린다
일흔다섯 해 전에 불었던 된바람은
내 어머니의 첫 울음소리 기억하리라
이웃집에서도 들었다는 뜨거운 울음소리

이 발로 아장아장
걸음마를 한 적이 있었단 말인가
이 발로 폴짝폴짝
고무줄놀이를 한 적이 있었단 말인가
뼈마디를 덮은 살가죽
쪼글쪼글하기가 가뭄못자리 같다
굳은살이 덮인 발바닥
딱딱하기가 거북이 등 같다

발톱 깎을 힘이 없는
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드린다
가만히 계셔요 어머니
잘못하면 다쳐요
어느 날부터 말을 잃어버린 어머니
고개를 끄덕이다 내 머리카락을 만진다
나 역시 말을 잃고 가만히 있으니
한쪽 팔로 내 머리를 감싸 안는다

맞닿은 창문이
온몸 흔들며 몸부림치는 날
어머니에게 안기어
일흔다섯 해 동안의 된바람 소리 듣는다.

- 이승하 - 

Comments

諸天大星
제목에서 시의 한자가 "詩"로 되어야 할것 같습니다. 
★쑤바™★
어랏...발톱...깎아드린적 없다는...OTL
(불안한 까락제비라 절대 안맡길게 뻔함...+_+) 
Sso
할머니 발톱을 가끔 깎아드리는데, 세월바람맞아 거칠은 그 발이 어찌나 안쓰러운지요.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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